<11월에 드리는 선교 편지>


주님의 세심한 손길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캐나다와 한국의 여행을 마치고 말라위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하늘에 둥실 떠있는 뭉개 구름과 황폐한 들판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반겨주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강한 바람으로 제자들의 흙으로 된 집들과 교회가 무너져 내렸고 세계 기름값이 인하되고 있지만 말라위 기름값은 폭등하였고 생활 물가가 폭등하여 더욱 현지인의 생활고가 어려운 상황에다가 피부병과 장티부스가 사역지 인근을 뒤덮고 있어 마음을 한결 무겁게 하였습니다.

       제자의 집을 다녀 와서
며칠 전에 Solomon이라는 어린이 사역 리더가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고향 빌리지에 살고 있는 그의 부인으로부터 아들이 많이 아프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아프냐고 물었더니 자세히 모른다고 하면서 시골에 갈수 있도록 교통비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사진을 보내 왔는데 자신의 아들 다니엘뿐만 아니라 자신의 동생 라첼의 아이도 상태도 안좋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사진 중에 솔로몬 갓난 아이 다니엘이 피부병으로 고통스러워 우는 사진을 볼 때 마음이 아파 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 올 때 많은 약을 구해주신 한국에 피부과 의사선생님께 사진으로 상담을 드렸더니 보내 주신 약을 쓰시면 된다고 하여 다음 날 새벽 일찍 솔로몬 고향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심하였고 온 가족들의 아이들은 물론 솔로몬의 여동생의 몸 상태를 보고 충격을 받을 정도 였습니다. 12살인 그의 여동생은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다니는 학교도 중단한 채 이개월 동안 집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는 동안 온 집안의 아이들이 전염이 되었던 것입니다. 설상 가상으로 바로 옆에 있던 건물이 지난 달 강풍으로 무너져 내려 앉아 집안이 온통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단 한 칸에서 열명이 넘는 식구들이 거주하다 보니 질병도 감염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옆에 짓다만 집 위에 건물 지붕하라고 조치를 취한 뒤에 빨리 집을 완성하여 식구들이 따로 떨어져서 살라고 하였습니다. 상태가 이리 심할 줄을 몰라서 가지고 간 연고를 상태가 심한 여동생과 아이들은 따로 사용하라고 단단히 일러 두었습니다.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주신 연고를 붙잡고 온 가족들이 함께 기도 했습니다. 상태에 비해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작은 연고를 통해 주님의 치료의 힘이 발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고 하늘에 둥실 둥실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아무것도 저들을 위해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돌아 서려는데 솔로몬의 아버지가 장닭 한 마리를 고맙다는 인사로 선물을 주셨습니다.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 약을 통해 깨끗해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 무거운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그 후에 빌리지에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연락은 왔으나 우선은 주님을 신뢰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 저들에게 완전한 치유를 허락하옵소서! 여호와 라파!

       캐나다에 돌아와 보니
제가 선교지로 떠난 지 어느 덧 2년이 흘렀습니다. 말라위에서 캐나다로 향하여 떠나는 날까지도 여러가지 일로 많이 분주하였습니다. 공항에 마중나오고 싶다는 몇몇 제자들의 간절한 부탁도 있었지만 차편 문제로 거절하고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평소 교제를 자주하는 어느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말라위 공항에 잘 도착하여 캐나다로 오는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 비행기 창문으로 비쳐지는 아프리카 말라위는 온통 황토색(황갈색)이었습니다. 옹기종기 떨어져 있는 빌리지와 야산들이 온통 황갈색이었습니다. 아직 건기라 비를 본지도 맞아 본 지도 거의 5-6개월은 족히 된 것 같았습니다. 떠나오기 3일전에 있었던 기도모임에서 리더쉽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일체의 개입을 하지 않고 오로지 기도모임이 끝날 때 광고(Announcement)만을 하였습니다. 제가 부재해있는 기간 동안을 어떻게 미션을 해나갈 것인지가 기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선교는 내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고 함께 가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북적거리는 에디오피아 공항을 거쳐 한 자리도 빈 좌석이 없는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면서 말라위 현지인들은 과연 몇 명이나 몇 퍼센트나 이런 국제선 비행기를 타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거의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 비행시간이어서 나름 흡족해 했는데 중도 경유지인 더블린에서 2시간이 연착되었습니다. 과연 2년전에 떠난 캐나다 토론토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저와 아내에게 비쳐질 까 하고 궁금하였습니다. 피어슨 공항에 도착할 즈음에 저공으로 비행할 때의 토론토는 말라위의 색깔과는 완전히 다른 온통 초록색인데다가 약간의 후덕지근한 공기 였습니다. 오히려 말라위와 캐나다가 뒤바뀐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항에서 잠깐 401 고속도로로 올 때 도로가 그렇게 깨끗할 수 가 없었습니다. 말라위 도로도 깨끗한 편인데 비교가 안될 정도로 깨끗하였습니다.
노쓰욕 콘도에 도착하여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에 좁은 집에 낯설고 새로운 짐들로 가득하여 다소 짜증이 나면서 슬퍼졌습니다. 2년 전에 내가 냉장고 한 켠에 붙여놓은 2016년도 달력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언제 멈춰 진지 모르는 벽시계는 4시31분으로 멈춰 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애지중지하던 구형 TV는 언제 버려졌는지 자취를 감추어버려 졌고 아껴 들었던 홈 씨어터는 아빠 온 김에 버리고 가라는 아들의 성화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아무 입을 옷도 안 가져 왔기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정리하였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의 짐은 한 켠으로 밀리고 밖에 베란다에 쳐박혀 있다보니 짐을 정리하면서 이것이 인생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소중한 것들은 한켠으로 자리를 내주고 비켜주어야 하는 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소 무겁고 슬퍼졌습니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는 중에 아내가 말라위에서 메시지가 왔다고 하면서 말라위 도착하여 얼마 안되어 2년 전에 신장투석비가 너무 비싸고 엄두를 못 낸다고 도움을 청하였던 Paul과 Deliah의 간청을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는 후원자님의 도움으로 거의 2년분의 투석비를 내어 드렸었습니다. 지금쯤이면 투석비도 거의 떨어 졌을텐데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는데 어제 오후에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선교는 미루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후원해주셨던 동역자님께 감사와 더불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 말로만 복음을 전하려고 하니 복음의 빛이 흐려지고 제대로 열매를 못 맺히는 가 봅니다. 선교는 말로 보다는 삶으로 전해야 더욱 힘이 있고 열매를 맺히는 가 봅니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5:16)”

       나는 빚진자입니다
오늘 주일예배시간은 후원 교회인 전주에 있는 모교회의 선교보고 및 간증의 시간있는 날입니다. 종전에 젊은 시절에 다녔던 개척교회 같은 느낌의 교회같아 더욱 친밀감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이 교회에서 매월 보내 주시는 후원금이 동일한 금액일지라도 과부의 두렙 돈 처럼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선교 동영상을 보여 드리고 선교보고 및 간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마자 어느 집사님께서 어제 가게 매상 중 비용을 제한 전액이라고 하시면서 두둑한 봉투를 염소사역에 사용해달라고 하면서 건네 주었습니다. 나중에 목사님께서 알려주시기를 어느 베이커리 체인점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깨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 작황이 아주 좋았다고 하시면서 비행기표를 구입하라고 하시면서 봉투를 건네 주셨습니다. 그때 목사님의 입술이 농사일로 힘에 부쳐 부르트신 것을 보고 같이 있던 아내는 하마터면 눈물을 터뜨릴 뻔 했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일흔이 넘으신 목사님께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것을 보고 그 부르트신 입술이 주님의 흔적으로 느껴 졌습니다.
얼마 후에 또 어느 집사님이 금반지와 현금이 든 봉투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 집사님은 남편되시는 분이 불신자여서 남편이 재정관리를 하므로 달리 드릴 게 없다고 하시면서 그분의 동생이 선물로 해준 금반지를 선교 후원으로 주셨습니다. 이러한 무한한 은총과 사랑이 주님의 세심한 손길로 느껴 졌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선교사라는 직책으로 이토록 귀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주님의 영광을 가로 채지는 않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복음의 빚진 자로서 이러한 사랑을 받으면서 또 다시 사랑에 빚진 자가 되었습니다. 주님 선교지에서 빚진 자로서의 사랑의 전도자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       헝그리마을의 소망
말라위에 도착하여 생각해보니 가난과 질병이 항상 그대로 있고 생활의 변화가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옥수수와 담요와 비누와 아이들에게 먹을 간식을 주었지만 저들의 의식구조와는 무관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몇 개 마을에 빌리지 제자반 신설과 더불어 질병및 빈곤퇴치 슬로건 하에 그 빌리지의 추장 및 종교지도자인 목사님들과 함께 관심있는 마을 사람을 모으라고 하였더니 어른들 70여명과 어린들이 거의 이백여명이 모였습니다. 핵심제자들에게 헝그리 마을을 행복한 마을로 한번 바꿔 보자고 하면서 기도와 사랑의 마음을 가져 보자고 하였습니다. 물론 헝그리 마을 뿐만이 아니고 그외 여러빌리지에서 많은 관심을 나타 냈습니다. 이번의 한국 방문길에 어느 구제단체의 목사님께서는 회충약1000명분과 더불어 아이들 옷가지를 한 박스나 챙겨 주셨고 또 어느 피부과 의사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고질병인 Around Worms(일명 도장밥피부병)을 위한 피부 약을 세 박스 연고를 챙겨 주셔서 많은 힘과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빌리지 별로 각각의 리더를 통해 실태 파악과 더불어 자원 봉사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약만으로 질병을 퇴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단계적으로 한가지씩 할 수 있다는 소망을 품을수 있게 되어 참으로 감사할 뿐 입니다. 빈곤 퇴치로는 단계적으로 염소와 닭을 키워 당장의 빌리지 사람들의 먹거리를 해결해 보고픈 마음입니다. 앞으로 미션센터에 옥수수 창고가 지어지고 빌리지에 농사와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농업대 출신의 제자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지난번 4개월전에 제자들에게 사주고 간 염소들이 새끼염소를 배었지만 죽거나 죽은 채로 분만하여 당황하였습니다. 그래서 향후의 염소미션에 대한 대책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       핸드폰 사역
지난번 한국 방문 때 후원교회인 어느 교회 목사님께서 선교보고가 끝나고 난 뒤에 말씀 중에 우연히 중고핸드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런 뒤에 담임목사님께서 성도님들에게 광고를 해주셔서 약40여대의 스마트 폰 및 폴더 폰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핸드폰은 밧테리를 수하물가방에 붙이지 못하고 무게가 제한된 핸드캐리어로만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현지인 들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기꺼이 후원해주신 목사님과 여러 성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빌리지에서는 추장들과 마을 리더들에게 그리고 제자들 리더들에게 선별하여 핸드폰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는 일체의 통신시설이나 전기시설이 없지만 나름대로 태양광을 이용한 밧테리 충전 및 각 빌리지 인근에 위치한 열악하지만 핸드폰 충전소가게가 있습니다. 
이번에 후원해주신 핸드폰을 통해서 소외된 빌리지에 복음이 전파되기를 소망합니다. 

       이별
간밤에 동상 걸린 발처럼 부워 오른 어머님의 발을 
한참 동안 주물러 드렸더니 어머님이 힘들다고 
그만하라고 하셨다. 이제 언제 뵈울지 모르지만 말라위로 떠나 오기 전에
어머님과의 마지막 밤을 같이 잤습니다. 
종전처럼 걸어 다니시지 못하고 총기가 없어진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지리산 자락에 있는 민들레공동체를 다녀 왔습니다. 그곳에 가면 아프리카 사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위 분들의 권유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예순인 동생이 얼핏 보면 형인 나보다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외모를 가졌습니다.
어머님을 모신지가 이제 거의 삼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효자입니다.
형과 형수가 좋아한다고 하면서 떠나는 길에 한우 고기 집에서 맛있는 부위를 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 작별 인사를 드리자 이제 가면 언제 오느냐고 하면서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냐고 하면서 아내와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고향역인 익산 역에서 형과 형수에게 잘 가시라고 인사하면서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눈물을 흘리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한없이 고맙고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였습니다. 
주님! 이러한 착한 동생과 동생가족께 구원의 손길을 잊지 마시기를 기도드립니다.  

 <12월 기도제목>
1.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일어나는 제자훈련을 통하여 말라위와 아프리카가 새롭게 변화되고  우선순위를 깨달을 수 있도록 또한 리더쉽들이 강건하게 세워지게 하옵소서.
2.      주님의 은혜와 공급으로 “Light Discipleship Africa Mission” 복음센터 건축이 순조롭게 이루어 지게 하옵시고 새롭게 하옵소서.
3.      새롭게 시작되는 염소 분양사역 및 Care 사역에 순조롭게 진행되어 현지인들의 재정자립의 기반이 되게 하옵소서.
4.      이곳 말라위 현지인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피부병과 회충이 이번에 가지고 온 약으로 치료될수 있도록 하옵시고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은혜를 더하옵소서.
5.      저와 아내가 건강하고 겸손하게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 주님께서 주시는 궁휼의 마음으로 넘치게 하옵소서.

아프리카 말라위 민경화/홍희선교사드림